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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자. 대놓고 펼쳐진 길가의 카페 테이블

인도점령까지는 아니더라도, 아무튼 파리의 카페는 길밖에 나와있다 그야말로 길에 나앉은ㅋㅋㅋ것 같아 처음 봤을땐 입술을 깨물어 웃음을 참았지만, 또 보다보면 익숙해질뿐만 아니라 그 길가 테이블에 앉은 사람도 나도 서로를 구경하는데에까지 익숙해진다 정말신기한 것은 어떤 동네에 가도 프랜차이즈가 아닌 동네 오래된 카페는 골목 구석마다 있다는 것. 물롱 아페쎄 스탁매장때문에 갔던 그 무서운 외곽동네엔 없었지만, 아무튼 파리시민들 산다는 동네에는 꼭 있었다 차가 미친듯이 많아 밀려서 매연을 마시는건 커피를 마시는건지 모르겠는것도 아니고 또 미친 과속하는 차도 별로 없어서 가능한건가 싶다 커피한잔이 비싼것도 아니고, 서울같은 혹한과 폭염이 없어서일것이기도 하겠다 아무튼 그 길가에 침범한 좁은 테이블에 앉아 진짜 남녀노소 할것없이 커피잔을 기울이고 담배를 태우고 신문을, 책을 요즘엔 와이파이가 되는 곳도 늘었다고 핸드폰을 들고 아무튼 그 길에 나앉아들 있는데 낮이 길어서 그런가 꼭 해가 안진 초여름 저녁 바람이 꼭 같이 연상된다 정작 내볼엔 아직은 추운 3월 반도의 바람이 찰싹대고 있지만 그래도 그 골목의 카페들을 생각하면 꼭 저녁바람 선선한 여름같을까 왜. 하이고 니가 얼마나 오래 살았다고 이런것까지 써서 남기냐 ㅋㅋㅋㅋㅋ하면 내가 할말이없어져야 하는건가 츠암나 지들도 소싯적 싸이월드에선 더했으면 더했을텐데 난 그냥 나좋을대로 쓰고 남기고 읽을란다 에헤라디야

June 22nd,15e arrondissement,Paris

파리는 생각보다 춥다 춥다, 라기보다는 쌀쌀한데 전시장이 지하니까 내려가있으면 추운줄 더운줄 잘 모른다 비가 오면 옆 전시장 천장에 비 떨어지는 소리로 가득차고, 오전에든 혹은 오후든 들어가면 몇시간이 흘렀는지도 도통 알수가 없다 옆 방, 다른 옆 방, 입구 띵똥이들 소리에 목소리가 섞이고 퍼포머들의 몸이 바닥과, 벽과, 다른 퍼포머와 부닥치고 또 붙었다 뜯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거진 매일 출근했던 한달은 곧 끝나가고, 난 이제 돌아가지만 관계자 명단에 써둔 내 이름들과 또 늘 맑지만은 않았던 파리의 날씨와, 아직도 못가본 생 샤펠과 노트르담의 스테인드글라스와 오페라 가르니에, 딱히 기억은 안나지만 아무튼 마카롱을 먹고 온 루브르, 42번 버스의 우회전 지점과 베아슈베ㅋㅋㅋ와 매일 하루의 반씩은 보냈던 팔레드도쿄. 팔레의 락커, 화장실, 도쿄잇, 그 앞 카페와 서점, 데이비드가 늘 앉아있던 중앙계단의 투명의자, 스티븐과 노닥거리던 사진기계 뒤의 소파, 우리 전시장 벽 바닥 뒤 벽돌 방 의자, 옆방 기획과 작가들, 프로젝터 설치 능력자, 유압사다리능력자들에 페인트칠 아즈씨. 

난 돌아가서 이 시간을 얼마나 오래 뜯어먹게 될까. 파리에 있을 수 있어서 난 정말 행운이었다

-곧 집에 가나보다, 싶었던 때. 비행기 타기 일주일 전 쯤 퇴근후 돌아와 쓴 일기.

June 28th,Doha International Airport.

나는 떠나고 있다 이 도시를 떠나기가 너무 싫어서 눈물이 또 나고 코를 풀어야 할까봐 공항 가는 내내 바깥구경도 잘 안했다 자꾸 보고 있으면 너무 더 가기 싫을것 같아가지고 

전날 저녁, 떠나기 전날 초저녁부터 에펠탑 밑 잔디밭에 누워 와인을 함냐함냐함 했더니

헤롱헤롱 완전히 천장이 돌아서 집 오자마자 잠들었다 웃고 떠들고 아주 빵빵 터진 기억은 나는데

중간중간 끊긴다 그래도 나 파리 와서 와인 진짜 많이 늘었다(고 생각한다)

이 도시가 내게 해준게 너무 많아서 나는 몸둘바를 모르겠다

공항가는 버스 타려고 오페라 가는데 42번 버스에서 내가 멍, 송과 한번씩 안고

나비고 찍으면서부터 눈물이 나가지고 펑펑 울었는데 뒷자리 마담이 불어로 위로를 하면서 위로였겠지 뭐 난 물롱 이해하지 못했어 휴지까지 줘가지고 나는 코를 풀었다 마지막 집 가는 길까지 친절한 사람들.

팔레와는 어제 안녕을 했지만 42번 타고 알마마르쏘에서 내려야지, 하는 걸 보니

그래도 며칠 살고 출퇴근 했다고 고새 익숙해져서는, 괜히 마음이 슬퍼서 서운해서 엉엉

샤를드골 떠나 지금은 카타르 도하 공항에서 다음 비행기 환승 기다리는데

아직까지도 눈물이 막 나가지고 옆자리 대머리 아즈씨가 쳐다본다

나는 왜이렇게 누구랑 떨어지면 또 볼건데도 눈물이 막 나는건지 모르겠다 

처음에는 도시에 적응하는게, 특히 교통편 적응하는게 너무나 힘들어서 그 적응에 실패해서 안그래도 걷기 싫어하는데 자꾸 걷거나 헤매게 되면 그 도시가 싫고 또 익숙해지면 존트 편하고. 나비고로 퐁당퐁당 찍고 다녀서 그새 익숙해진 이 도시를 떠나 원래 나의 도시로 가는 이 시간이 마치 터널같다 밖을 나가면 들어오기 전과 다를텐데, 바쁘고 정신없고 무섭기까지 한 서울이라는 도시에 얼마나 익숙해진채 살았는데도 이제와 다시 가려니 겁부터 나는걸 보니, 그치만 파리 버스, 지하철은 또 더러운건 더러운대로 늦거나 파업하면 시위하면 그런대로 알아서 적응해서 괜찮다 매일매일 환승 통로며 지하철 칸까지 어플로 찾아다니며 뛰어다니다가 느릿느릿 파리에서 다녀보니 느릿느릿도 나쁘지 않았다

내게 먼저 다가와준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서, 게다가 다들 친절하기까지 해서

물론 속이야 모르겠지만 이런 도시는 또 처음이었다 런던과는 다른 살가움이랄까

물롱 먼저 와 자리잡고 살고있던 멍 덕에 휴대폰도 잘 썼고, 지리도 익히고 마트며 온갖 편의시설에 엄청 도움 많이 받아서 지난 한달 여를 무리없이, 정말 다행히 털리지도 않고 어디 크게 아프지도 않았다 얘가 없었더라면 적응하는 그 시간을 몽땅 썼어야 해서 이 도시가 너무나 싫었을지도 모를일이다

너무나 몽롱하다 서울 가면 간대로 살던대로 또 적응해 살겠지만 가기싫은건 사실이다

같은 유럽 대륙인데 2년 전과는 사뭇 다른 공항에서의 소감인걸 보면

이 도시에서의 시간들을, 기억들을 퐁당퐁당 뜯어먹으며 야금야금 살며 버틸 생각을 하니까 너무 아까워 죽겠다 그 야금야금 뜯어먹는것조차도.

떠나지 않았더라면 영영 몰랐을 것들, 내가 여기 오려고 마음먹었던 그 순간이 지금까지도 천만다행스러운걸 보면, 참 오길 잘했다 여길 안올뻔 했어 그래 

어떤 도시를 떠나면서 이렇게까지 서운해보기는 또 처음이다 마치 이사가는 것 마냥.

아침이겠거니, 하고 받아먹은 비프. 아까 저녁으로 먹은 치킨 먹을걸 대후회.
도하에서 대기탈때 신기해서 캡쳐했던 저 38도. 저녁인걸 감안해도 사막은 사막이네 신기했던 저 숫자가, 지금 한국에서는 뭐 이상한 숫자가 아니라는게 함정 정말 더워 죽겠다
바코드찍는 컴퓨터 오류. 내가 들어갈 게이트 바로 앞에서. 하나하나 수기로 수속하느라 시간이 배로 걸렸다. 한국인 승무원이 상황 설명하고, 중국인 학생이 내게 한글의 뜻을 묻고. 너도나도 겨우겨우 탄 비행기는 이륙시간 놓쳐 활주로 달리기도 전 한시간을 게이트 앞에서. 나는 이미 뜬 줄 알고 언뜻 깼는데 내가 걸어들어온 문이 요기잉네
진짜 인천가는 비행기 안 첫끼. 저 파란 콩껍질 같은거는 내가 레알 좋아하는 몇 안되는 채소중 하나.
다음 비행기까지 7시간 대기. 그나마 조용히 누워잘 수 있는 공간이 있었어서, 편히 세수도 하고 어설프게 누워 쉬었다. 두 번의 버스와 택스리펀,체크인,출국 수속으로 정신없이 파리를 떠나서 그런지 유럽대륙을 떠났는데도 정신이 없다 더 아쉬워할 시간을 가졌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 덜 울었는데 나는 이미 도하에.
어느새 해질녘. 신기한 구획의 도시, 아부다비 경유에 이어 두번째 중동의 도시, 도하.
치아바타만큼이나 메마른 빵 위의 토핑들. 다 못먹었다 혼자가는 길은 기내식도 맛이 없다 
더럽게 맛없었던 밥. 기내식 역사상 처음으로 남겼다. 너무 불어서 우동같이 보이는 파스타와, 그 위의 고기,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깍둑썰기 샐러드,브라우니,제일 맛있었던 버터와 빵.
사실 나는 위가 헬싱키에서 떠난 다음날, 오후 비행기를 타고 떠났어야했지만, 그 표 대신 나는 파리에 왔다 올땐 둘이었다가, 갈때는 또 혼자. 게다가 같이 살던 둘은 여적지 저기 땅에 있고 나만 이 상공에 홀로 있다는 생각에, 나는 내가 줄곧 살아온 나의 도시로 돌아가고 있는 길인데도 적적하기가 그지없었다 도하까지 가서 대기, 또 타고 집에 가야하는 긴 비행의 시작.
혹시나, 설마 비행기가 안뜰수는 없을까 아주 손꼽아 빌었던 나를 비웃기라도 하는듯 날씨는 쨍쨍 겁나좋았다
사실 42번 버스가 너무나 금방 와버렸다. 나는 덕담도 잔뜩하고 걱정도 잔뜩, 행운도 와장창 빌어주고 싶었었지만 웬일로 2분만에 버스가 도착. 제대로 인사할 겨를도 없이 46일간의 짐을 낑낑 들고 안착. 저 뒤로 밀려나는 송과 멍을 보지도 못하고 나는 엉엉 울었다 하필 출퇴근길 매일 타던 버스를 타고 영영 가는 길, 고맙고 미안하고 또 아쉬워서 눈물이 엉엉 나서 울었다 30키로는 넘었을 짐들을 껴안고 울다가 뒷자리 마담이 울지 말라고, 왜 우냐고 (물었었겠지 물론 불어)휴지를 꺼내서 주길래 이 아줌마는 또 이렇게 친절해서 더 엉엉 울었다 버스 밖으로 훅훅 지나가는 길들도 건물들도 다 아깝고 아쉬워서. 내게 친절해줬어서 고마웠어 
와인을 병채로 함냐함냐함 마시면 다음날 출국이 힘들수도 있구나 싶었다 마치 죽을것같은 속을 부여잡고서 시름시름 일어나 비행기 뜨기 6시간여 전에야 짐을 싸기 시작하는데(뭐 빼놓고 온게 없다는데 의의를 둔다), 송이 자기도 힘들었을텐데 아침밥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 밥상을 볼때부터 눈물이 조금 나려고 했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서 밥이랑 같이 꿀꺽꿀꺽 삼켰다 저 위에는 치즈다 지금도 먹고싶은 저 아침밥
저 가득찬 필링!